[HER, 그녀] 언젠가는 테오도르의 편지를 쓸 수 있기를 After Midnight

지나가 버린 모든 사랑했던 기억들과, 사랑했던 이와, 그 무엇보다 그 사랑을 받고 주던 그 때의 나에 대한 지독한 그리움. 그리고, 남겨져버린 공허한 마음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 속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유영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무심코 극장을 갔다가 아주 그냥 큰코 다칠거다. 큰.코!!! 나처럼..

너무 많이 울었고, 너무 많은 상념들과 기억들이 어지럽혀서 정말이지, 기가 다 빨렸다. 실은 영화를 다 보고나서는 내가 어릴 때부터 잘 하던 짓인 '보내지 않을 편지쓰기'를 해야 마땅하겠다, 싶었지만 그렇게 하기엔 지금의 나약한 내가 도무지 버텨내지 못할 것 같아 최대한 담백하게 단상을 남겨보련다. 이 영화를 본지 만 사흘이 채 지나지 않아 그게 쉽게 되려나는 모르겠지만서도.

이미 알고 있었던 일도 있었고, 갑작스레 겪게 된 일도 있지만, 내 탓도 아니지만, 당연하다고 여겼던 생각보다는 꽤 오래 내 곁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밀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나는 그자리에 그대로, 내 모습대로 있는데 주변은 모두 내 곁을 떠나가고 있는 느낌(아니, 사실은 상황). 바보같이 연초에 세워두었던 계획들은 모두 물거품이 되어 버렸고,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얼마나 나한테 못할 짓을 했나 싶기도. 

지금은 더이상 아니지만, 돌이킬 수도 없고, 만날 필요도 없지만, 내가 한 때 정을 주고 사랑을 주었던 모든 것들에게서 미움과 원망을 싹 걷어버리고 진심으로 그들의 행복과 안녕을 바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이미 그렇게 된 것도 있고. 허구헌날 하는 '보내지 않을 편지'가 아니라 마지막 테오도르가 캐서린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진심을 담을 수 있게 되려면, 테오도르가 그랬듯이 사만다가 그랬듯이, 영화 속에서 나타나진 않지만 캐서린 역시 그랬겠듯이, 무수한 상처와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진 후가 되겠지. 

나는 여러 사람과의 관계가 반드시 그 사람의 연애능력(!)을 상승시킨다고 보지는 않는 타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러 사람 만나고 싶지가 않다. 한 사람과의 믿음과 사랑을 오래오래 유지하며 고 안에서 지지고 볶고 연애능력도 향상시키고 하는 것이 내 타입이라고 아주 어릴 때부터 굳건히 믿었건만. 정말 이 사람이다 싶으면, 15살에 만났든 40살에 만났든 상관없다고 더 이상 다른 세계는 볼 필요도 없다고. 하지만 세상은 내 타입대로 내 마음대로 되지가 않더군요. 의도치 않게 여러명을 거쳐야만 하는... 게다가 난 또 겁쟁이라 추억과 상처가 담긴 장소는 쉬이 가보지도 못해, 이제 서울 땅에 가지 못할 곳이 참으로도 많아졌네요. 젠장.

처음 봤던 19살 때, 지독한 짝사랑에 정신 없던 21살 때, 반짝 반짝 빛나던 23살 때, 지금, 볼 때마다 상념이 달라지던 <이터널 선샤인>처럼 <그녀>도 앞으로 내게 다양한 감정을 전달해줄 것 같은, 지금 내게는 꼭 필요했던 하지만 너무도 아팠던 테오도르와 사만다와 캐서린.






덧글

  • 그네 2014/05/28 15:11 # 답글

    오늘 저녁에 보러갈 건데, 안 그래도 걱정하고 있었는데 첫 단락 읽고 얼어붙었네요T.T 마음의 준비를 하고 봐야겠어요
  • 체리달링 2014/05/28 17:05 #

    흐흑 단단히 하시는 게 좋을 것이어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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