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ll Life, 스틸라이프]이것이 바로 완벽한 '품위' After Midnight

이제는 잊혀져 기억조차 나지 않는 황금같던 6월 연휴에 만난 또 한편의 보석같은 영화가 바로 이 영국에서 날아온 '스틸 라이프'. 

여담이지만, 그 영화사에 길이길이 남을 명작이라는 중국 지아장커 감독의 '스틸 라이프'를 남는 게 시간이던 열혈 시네필 대딩 시절에 시네마테크에 가서 본 기억이 있는데, 정말 죽을 듯이 지루해서 아주 숙면을 취했던....어찌나 부끄럽던지! 그 때는 야 이영화가 죽인대, 까이에 뒤 시네마에서 선정한 올해 탑 영화래, 이런거 꼭 봐야되고 꼭 오- 역시 명작이야 이렇게 판단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영화 허세'의 끝 시절이라 그 영화를 보고 지루해서 죽을 뻔했다는 건 나 혼자 무덤으로 가져가자...고 생각. 하지만 지루했던 걸 어쩌냐고요 엉엉 ㅠㅠ

각설하고, 아 이영화는 유명한 사람이 나오는 것도 아니요, 엄청난 내러티브가 있는 것도 아니요, 젊고 잘생긴 사람이 나오는 것도 아닌지라 당연히 소박하게 개봉하고 소박하게 막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하악. 정말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고요하지만 깊은 울림(이 표현 상투적이라 싫지만 정말 이랬던걸?)이 있는 작품이었네요. 아 근데 지금 찾아보니 베니스영화제 3관왕이래, 역시. 

주인공인 존 메이 라는 아저씨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22년째 홀로 죽음을 맞이한 이른바 '고독사'한 사람들을 처리하는 공무원으로 살아온 사람인데 그 일에 바치는 애정과 헌신이 대단한 사람이다. 아주 깔끔하게 일처리를 하는 것에 더해, 고독사한 사람들 하나하나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진심으로 그들의 유가족을 찾으려 백방으로 노력하며, 어떻게든 그들의 삶에 대한 단서를 찾아 추도사까지 직접 작성해 장례식에 잘 차려입고 참석하는 그런 공무원이다 이말이다. 와, 진짜 이런 공무원들만 있음 나라가 얼마나 윤택할까 싶지 않음? 여하튼, 이렇게 훌륭한 공무원인 존 메이는 한 순간에 예산 삭감과 기타 등등의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해고를 당하는데 마지막 케이스로 담당하게 된 고독사한 주인공이 하필이면 존 아저씨랑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었던거야, 슬프게도.

이 아저씨의 직업인으로서의 훌륭함은 별도로, 이 아저씨의 사생활(이랄 것도 없는)에 대해 말해보자면 사생활이 없는게 사생활이다. 고독사를 처리하는 직업인인 존 메이 아저씨의 삶이란 고독 그 자체이기 때문. 아주 그냥 먼지 하나 없이 반질하게 닦아 놓은 소박한 아파트에서 정이라고는 한톨도 없는 음식들을 식사로 먹고, 늘 같은길로 출근해 동료도 없는 방에서 묵묵히 20여년 간 해온 일을 열과 성을 다해서 하고 집에 돌아와 지금까지 처리한 고독사 '케이스'의 주인공들의 사진을 마음을 담아 정리하는 것이 유일한 사생활인 남자.

하지만 내 눈에 더 들어온 것은, 그의 외로움과 고독보다도 고결한 인간성과 '품위'였다. 아 도대체 저게 인간의 품위가 아니면 뭐란 말이지? 열과 성을 다해, 마음까지 담아 일하는 직업인인데 그가 하는 일이라는 게 그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 심지어는 핏줄조차도 다 끊겨 홀로 죽어간 사람들의 마지막을 처리하는 일이라니. 완벽히, 기품있게, 마지막 케이스까지도 본인 손으로 정리하는 그 모습!

스포일러이자 이 영화에서 가장 가슴 저미는 라스트 신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할 수 없지만, 혹자는 너무 뻔하거나 갑작스럽다고도 하지만, 난 그 마지막 장면이 참으로 황홀하고 감동적이었다. 마땅히 그런 라스트 신을 부여받아야 하는 아저씨의 인생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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