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선 <태도에 관하여>: 형광펜으로 밑줄 쫙, 고개는 격하게 끄덕끄덕 Life Goes On

캣우먼 칼럼, 유희열 라디오, 트위터 등을 거쳐 임경선의 글을 참 좋아했다. 내가 20대를 지나면서 생각했던 여러가지 가치들과 태도들이 명확히 잡히지 않고 머리 속에서만 빙빙 돌 때 이 언니의 글은 "너가 말하는 게 이거 아냐?" 하고 딱 잡아주는 느낌이랄까. 최근 출간한 에세이 <태도에 관하여>는, 책을 가능한 한 새 것의 상태로 보존하는 내가 방구석에 굴러다니는 형광펜을 찾아 밑줄 쫙 긋고 몇번이나 곱씹어 읽을만큼 내게 찹쌀떡 같은 이야기가 많다. 이 책이 나와 마주보고 대화하는 사이라면 "아 그러니까요" "아 내말이" "맞아맞아"가 100만번쯤은 나왔을 법한 이야기들. 그러면서도, 이래라 저래라 '꼰대짓' 하지 않아서 더욱 좋다. 이게 무슨 말이냐는 건 직접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고요.

아무튼, 전체적으로 격하게 끄덕끄덕 하는 와중에 책 중에서 지금의 내가 실생활에서 살아가면서 꼭 새기고 싶은 태도 몇가지가 있어 오랜만에 필사를 해보았다. 필사를 아이패드로 하는 시대라 멋대가리 좀 없지만, 암튼 해보았다. 하나는 사랑에 관한 태도고, 두가지는 일에 대한 태도다. 특히 사랑에 대해서 맨 첫번째 문단에 심각할 정도로 공감하며, 이 태도를 가진 사람을 만나고 싶다, 는 생각을 한다. 


서로를 사랑한다면 힘 닿는 데까지 자유롭게 해줘야 할 것이다. 상대의 모든 것을 알 필요가 없으니 상대의 사생활을 지켜준다. 아무리 가까워도 인간으로서의 예의의 선을 넘지 않도록 한다. 사랑으로 협박하지 말고 '내가 설치한 덫에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까'라며 시험에 들게 하지 않는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자기 마음을 시험에 들게 하는 일이다. 사랑은 이래야만 해, 라며 자꾸 사랑을 정의하고 범위를 좁히는 게 아니라, 이럴 수도 있다며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넓혀줘야 한다. 타인의 시선이나 주변의 상식과 기대치에 얽매이지도 않아야 한다.  임경선, <태도에 관하여> p.43


분위기가 뒤숭숭해져서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해도 파도가 저만치에서 밀려올 때는 휩쓸리기보다 내 힘이 닿는 한까지 그 파도를 일단 넘겨보는 시도를 해야 한다. 그 파도들을 넘을 때마다 자신의 일에 대한 태도는 흔들림 없이 더욱 단단해진다. 그리고 조직 생활에서 한계까지 애써본 경험은 내가 원하는 자유를 구현하는 데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줄 것이다. 임경선, <태도에 관하여> p.155


나는 인생을 살면서 반드시 자신이 좋아하는 일 혹은 자신이 꿈꾸던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강박은 버려도 좋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으면서 살고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충분히 인생은 살 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하고 싶었고 시도나 노력도 해보았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아서 지금은 이 일을 한다, 그리고 이 일에선 내가 좋아하는 요소도 분명히 몇 가지가 있다, 는 것도 존중받아야 할 삶의 방식이다. 임경선, <태도에 관하여> pp.162-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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