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판타지아] 그 날의 그 공기를 다시 되살릴 수 있다면 After Midnight

우리네 삶은 영화가 아니라서, 잊고 싶지 않은 소중한 순간들을 언제든 다시 리플레이해서 볼 수가 없다. 시간이 흐르고, 더 많은 기억들이 쌓일 수록 소중했던 기억들 역시 차차 흐릿해지다 나중에는 한참을 골똘히 생각해도 조각조각 잔상만 떠오를 뿐이지. 1분 1초 지나가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황홀했는데, 그 순간을 떠나고 나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우리네 삶.

<한여름의 판타지아>를 보고 난 뒤, 켜켜이 겹쳐진 기억들을 뚫고 숨어있었던 순간들을 골똘히 다시 끄집어 보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기억해 내, 웃음도 짓고 때로는 벽도 차고 싶지만. 내 인생은 아무도 <보이후드>처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서...생각해내느라 머리만 아팠다. 그리고 많이 왜곡되고, 미화되기도 했겠지.

그 때 그날이 그렇게 소중한 기회인지 알았다면, 더 적극적으로, 더 웃으며 즐겼어야 했는데. 그러기엔 난 너무 어리고, 어리숙하고, 부끄러웠다. 아침 일찍 만나 함께 지하철을 1시간 넘게 타고, 해가 질 때까지 동대문 일대를 돌아다닐 수 있었던 16살의 그날. 좋으면 좋다고, 또 보고싶으면 보고싶다고, 그럴 수 있었던 기회에 왜 그리 하지 못하고, 반대로 틱틱대기만 했을까. 13년이 지나 성숙해진 지금, 그때와 같은 순수한 기회가 다시 온다면 인생을 바꿀 하루로 만들 수도 있을텐데. 하지만, 그날이 다시 내게 돌아올 일은 만무하고, 커버리고 변해버린 나도 다시 그때로 돌아갈 일은 절대 없지. 그래서 더 소중한 하루, 간절히 되살리고 싶은 하루.

함께 한 우산을 쓰고 걸을 수 있었던 10초처럼 느껴지던 10분 간의 시간도, 아무도 없이 축축한 공기만 가득하던 공원에서 이 새벽에 졸린 나를 왜 여기까지 불렀냐며 짜증내는 사람을 마주 두고 아무 이야기나 할 수 있었던 신비로운 시간도, 그 순간을 다시 되살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비포 선라이즈>를 연상시키는 영화의 2부, '벚꽃우물'을 훨씬 좋아라 하겠지만, 난 1부도 되게 좋았다. 거의 죽어버린 도시에 꿋꿋이 뿌리를 박고, 공기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의 깊은 이야기를 담담히 들을 수 있는. 걷고 이야기하고 소바를 함께 먹으며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흘러 나오는 개개인의 사연들. 그리고 흑백이었기 때문에 2부에 컬러로 바뀌면서 관객들에게 확 와닿는 싱그러움 역시 두배가 되는 것 같다. 

사람들이 별로 없는 한적한 시골길을 정처없이 걷고 싶다. 과거의 아름다운 기억을 상기하며, 또다시 나에게도 찾아올지 모르는 우연을 기대하면서. 

두고두고 또 보고 싶은 아름다운 영화, #다음주에또봐야지


덧글

  • 2015/07/03 15:46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체리달링 2015/07/03 16:02 #

    판타'지아' 님 혹시 세상 혼자 사시는 그분인가요?
  • 2015/07/06 10:3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7/06 17:4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5/07/07 09:56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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