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light, 스포트라이트] 완벽한 개개인의 직업의식이 최상의 앙상블을 만났을 때 After Midnight

올해 오스카는 작년에 비하면 결과가 괜찮은 편인 것 같다 (캐롤이 무관인 것 빼고 ㅠㅠ). 특히 바로 어제 밤 극장에서 관람한 <스포트라이트>가 작품상을 받은 것이 아주 만족스러움. 모든 후보작을 다 챙겨 본 것은 아니지만, 빅쇼트, 캐롤과 더불어 스포트라이트를 정말 훌륭한 작품이라 생각함. 세 작품 모두 아주 각기 다른 이유로의 훌륭함이고. 특히 스포트라이트는 내가 일하는 업계와 아주 밀접한 연관성이 있기에 더더욱이 개인적으로 감동이 더하지 않았나 싶다. 

솔직히 말하면,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내가 하는 일은 다 개 똥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도 지금 겪고 있는 신체적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가 난폭한 감정을 더 가중시켰을 수도 있지만은.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일하는 모습과 그 결과를 보고 있노라니, 난 뭐 이따위 쓰잘데기 없는 일을 하겠다고 여기 앉아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나 싶기도 한 것. 하지만 이 생각은 곧 지리멸렬한 일상 속에 사라질 것으로 예상..그래야만 하고. (: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과하지 않음에 있다. 충분의 정서적으로 appealing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이 있음에도(무려 소재가 카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이다!), 과한 시선처리, 과한 드라마, 과한 대사는 제외. 담백하게 과정을 묘사하지만 그 꼼꼼한 서사와 디테일 덕에 감정과잉의 영화보다도 더 많이 이입할 수 있게 하는 것. 보다보면 나도 어느새 스포트라이트 팀의 일원이 되어 함께 기사를 취재하러 다니는 느낌이 들 정도. 두 손 주먹 꽉 쥐고!

어쩜 이렇게들 열심히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까 싶다. 감독 각본도 물론 넘나 뛰어나지만 내공있는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돋보인 영화다. 스포트라이트 팀 모두가 진실로 기자다운 기자 같았고, 스포트라이트 팀에 다소 가려졌지만 난 편집국장 역의 리브 슈라이버의 묵직한 존재감이 참 좋았다. 겸손하고, 꼰대질하지 않으면서, 명확하게 인사이트를 전달해주고, 프로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터치하지 않는. 그러면서 본인의 해야할 어려운 몫에 대해서는 책임지고 해주는. 아, 여기 나오는 보스턴 글로브 사람들은 사실 너무 이상적인 모습이라 감동을 안겨주는 케이스였다. 하지만, 원래 똑똑하고 책임감있는 직업인이라면 저렇게 해야되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특히나 "기자"라는 직업의 특성 상 더더욱. 기자에 대해서라면 내가 누구보다 할 얘기가 너무 많지만 이쯤 해두자.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의 그 큰 사건은, 사실 본격적인 인터넷 시대 이전이라 가능했던 일인 것 같다. 요즘에도 보스턴 글로브의 단독 기사가 그 정도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여하튼, 언론의 본질과 역할, 직업인으로서의 사명감과 성실함을 하나하나 세심한 손길로 다듬은 수작. 오랫동안 기억이 날 것 같다. 


덧글

  • bullgorm 2016/02/29 18:37 # 답글

    감상평을 보니 그야말로 완벽한 '판타지'인가 보군요.. 갑자기 기대가 됩니다..
  • 체리달링 2016/03/02 11:40 #

    언론으로서도, 직업인으로서도 판타지로 느껴지긴 합니다 최소한 저는요. :)
  • 2016/03/02 09:3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3/02 11:4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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