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ver Linings Playbook] I miss you so much, Philly After Midnight

고백하건데, 오프닝 타이틀이 올라가면서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도시의 전경을 훑는 카메라가 담은 풍경에 숨이 턱 막혔다. 아무 생각없이 극장 의자에 앉아있던 나에게 예상치 못한 펀치, 그것은 바로 추억의 폭풍. 윽. 당했다 진짜...

뉴욕에서 2시간, 워싱턴 DC에선 2시간 반, 애틀란틱 시티에선 1시간 걸리는 펜실베니아 주의 one of 잘나가는 도시 필라델피아는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족과 떨어져 1년 여간 살았던 유일한 도시고, 영원히 기억할 추억의 도시다. 뉴욕처럼 뺀질대거나 화려하진 않아도 적당히 도시의 멋을 가지고 있고, 적당히 laid-back하고, 적당히 어지러운 도시. 하지만 나에겐 적당함 그 이상의 도시.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의 순간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느끼게 해줬던 도시. 사랑이 넘쳐서 감당이 안되어 밀어내는 데 더 포커싱하게 했던 그런 도시.

필라델피아를 배경으로 매력있는 두 주인공이 썰전을 펼치는 이 영화를 난 그래서 객관적인 눈으로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같이 영화를 본 일행이 나의 뚝뚝 떨어지는 눈물에 당황했던 게 당연할 만큼, 이미 감정 이입이 다른 관객에 비해 심하게 시작된 상태로 영화를 마주했으니깐. 바보같이!

그리고 두번째 훅은 티파니가 던졌다. 

내가 타인들에게 숨기고 싶은, 달라지고 싶지만 달라지기 어려운, 그런 모습을 결국 스크린에서 나 대신 보여주는 그녀의 모습에 흔들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던 거지. 쿨하게 넘기는 척 하고는 쓸데 없는 데다가 광폭하게 화풀이하기, 듣기 싫은 이야기는 그자리에서 반박하지 않고는 못 참으면서 계속 그 상황을 곱씹으며 속상해하고. 내가 졌다는 걸, 실패했다는 걸 인정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던가. 그리고 실패의 지점에서 합리화나 긍정만이 정답이 아니라는것, 실패를 인정하고 plan B를 모색해야하는 시기가 얼마나 괴로운지. 그 모든 지난한 과정을 떠오르게 하는 티파니를 보며 의자 밑으로 숨어버리고 싶었다.

확실히 더 단단해지고, 강해졌지만, 시니컬해졌다. 모든 일은 다 잘되지 않고,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는다. 노력한다고 다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실패를 인정하고 마음의 문을 조금 열면 Silver Linings가 아예 없지는 않는 게 또 인생이더라. 그것이 비록 100% 날 회생시키는 엄청난 것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눈물을 멈추고 아침 햇살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는 정도라면 또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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